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开封(개봉, Kaifeng)여행기 1 - 중국에서 기차타기

꼬물쌍리야까 2010. 2. 10. 11:07

얼마전 '누들로드'라는 다큐멘타리를 보고 "开封(개봉, Kaifeng)"이라는 도시가 왠지 끌렸다.

그래서 무작정 주말을 이용해 다녀와 보고자 짐을 쌌다.

개봉이라는 곳이 워낙 낙후된 곳이라 그런지 하루에 기차가 몇편 없었다.

설이 가까워져서인지 역시 기차표가 없다.

중국에는 푸표(朴票)라는 기차 안에서 추가 정산 제도가 있어, 표 없이 기차를 타도 돈만 내면 기차에서 표를 끊어준다나..

그래서 입석이라도 표를 구하면 무작정 타서 추가 정산을 하게 되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기차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왠걸.. 출발 20분전 도착해서 매표소에 입석을 끊으러 갔는데, 개봉보다 2개 정차역 앞의 역까지 자리가 있단다.

왠 횡재인가하고 좌석있는 표를 끊어서 역 안으로 당당히 입성하였다.

한국 기차역도 비슷하지만 중국이 기차역 규모나 출발하는 기차편수와 노선이 월등히 많아서인지 처음에는 좀 복잡해 보인다.

우선 역으로 들어가면 전광판에서 내가 타야할 열차 번호를 찾는다.

열차번호를 찾으면 몇번 대합실로 가야 하는 지 표시가 되어 있다.

대합실을 찾아가면 입구에 해당 대합실에서 탈수 있는 열차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중국의 기차 등급은 대략적으로 5가지라고 보면 될 것같다. 열차번호 숫자 앞에 영문자가 열차등급 표시이다.

D (动车,Dongche), Z(直达,Zhida), T(特快,Tekuai), K(快车,Kuaiche), 그리고 영문자가 없는 것...

D는 우리나라의KTX와 같은 고속철도이다. 역시 시속 300km이상으로 달린다.

Z는 굳이 번역하자면 직통열차, 최종 목적지까지 무정차 또는 주요 도시만 정차를 한다. 예를 들어 북경-상해간 무정차로 운행이 된다.

T는 특급, K는 빠른 열차라는 뜻, 그리고 영문자가 없는 것은 보통 열차이다. 순서대로 정차역이 많아지고, 당연 속도는 느려진다.

내가 개봉으로 타고 가는 열차는 1303... 제일 낮은 등급이다.


열차에 타고보니 입석으로 통로까지 사람들로 차있어 오가는 것 조차 힘들다.

같은 열차라도 좌석 등급에 따라 칸이 나뉘는데,

크게 좌석(座)과 침대칸(卧)으로 나눈다. 그리고 좌석과 침대칸도 다시 硬(딱딱한),软(부드러운)으로 두가지로 나뉘어 硬座(Yingzuo),软座(Ruanzuo),硬卧(Yingwo),软卧(Ruanwo) 총 4가지가 있다고 보면 된다.

예전에는 체력도 되고 해서인지 硬座로 밤차를 타고도 멀쩡했는데, 사람으로 가득찬 열차 객실 안에서 한시간도 안되서 못 버티고 이렇게 가다가는 내일 아침에 돌아다녀야 하는 계획은 그냥 계획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朴票를 해서 침대칸을 구해보려고 물어물어 승무원이 있는 곳을 찾아 갔다.

다행히 침대칸에 자리가 있어 표를 바꾸었다.

근데 왜 3장이 되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간다.


침대칸으로 옮겨서 종이 표를 다시 아래와 같은 침대표로 바꾸어 준다.

역무원이 이 표를 바꿔주기 위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깨워주니, 마음 놓고 자도 목적지를 지나칠 걱정은 없다.

내가 자고 일어난 자리다.

硬卧는 3층 침대로 되어 있는데, 중간 층에서 잤다. 얼마 차이는 안 나지만 아래층이 젤 비싸고, 위로 올라갈 수로 싸진다.

겨우겨우 세수를 하고 개봉에 도착하여 내렸다.

기차에서 밤을 지새서인지 다들 지친 모습이지만 분주히 역을 빠져나갔다.

개봉이라는 표지판을 보니 드뎌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역 앞을 나와보니 지금까지 중국에서 다녀본 곳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작은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비록 이른 아침 시간이지만 기차역 치고는 너무나도 한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개봉이라는 도시에 발을 디뎠다.

오랜만에 느끼는 혼자만의 여행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설레였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처럼 후진 개봉의 모습을 보니 더욱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은 왜일까?

'누들로드'라는 다큐멘타리에 나왔던 그 국수를 먹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일까? 혼자만의 무한 자유에 대한 기대감일까?

아뭏든 여행이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To Be Continued....>